지인은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 아버지가 쓴 노트 한권을 발견해서 잘 보관하고 있었다. 노트는 아버지가 평소 일기처럼 쓴 일상의 이야기와 세금내역, 생활비 지출내역등이 적혀 있었다.

지인이 40이 다 돼서 결혼을 하기 위해 상견례를 하게 됐다.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관계로 큰 형님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리했었는데, 상견례 자리에 아버지가 끄적끄적 써 놓은 노트를 가지고 나가서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글을 통해서 결혼을 축하해 주실거라 믿으며 아버지의 짧은 생활 글을 그 자리에서 읽었다고 했다. 내용은 자녀가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간략한 내용이었다고 한다.

집에 돌아온 후 큰 형님이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글을 읽으니 우리 집안이 있었보이더라며 기분이 아주 좋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.

우리는 크고 대단한 것을 해야 영웅이 되는 줄 안다. 사회적인 영웅은 시대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.

하지만 우리 내면에는 우리의 부모가 영웅으로 있다. 부모가 어떻게 살았든지 자녀에게는 부모가 신이기도 하고 영웅이기도 하다.

지인의 아버지처럼 우리는 삶 속에 작고 사소한 것을 통해 가족 관계 속에서 영웅이 되는 연습도 필요한 듯하다. 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를 짧게 적어 보는 단순한 활동이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 남겨진 자녀에게 전설처럼 들려 줄 수 있는 작은 영웅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사는 재미가 아닐까!